[이투데이



“상당수의 상장회사들이 상근감사를 대신해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행위는 내년부터 불법입니다.”상장기업 최대주주의 뜻에 따라 구성할 수 있던 일반감사위원회가 내년부터 불가능해지면서 주주총회의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년 4월부터 모든 상장사의 최대주주들이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발행주식의 3%를 초과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3%룰을 적용 받으면서 소액주주들과의 표대결을 벌이는 모습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가 최근 자산총액 1000억~2조원 미만 중급 상장사 300곳의 감사제도 운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현재 61개 업체가 상근감사를 대신해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 감사위원회를 운영 중인 61개 업체 중 20%가 일반감사위원회를 구성해 회사의 상근임원 또는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을 감사위원장 또는 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상법상 상장사의 감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법률적 맹점을 이용해 최대주주에게 적용되는 3%룰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최근 감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상법 조항을 정비하고 내년부터 상장사들이 최대주주측에게 3%룰이 적용되는 특례감사위원회만 구성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상법상 감사위원회는 특례 규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특례감사위원회와 일반 조항에 따른 일반감사위원회로 나뉜다. 또 상법은 자산총액 1000억~2조원 미만 기업의 경우 상근감사 1명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면 상근감사를 둬야 하는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일반감사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414조 2항은 특별한 제약이 없이 정관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으며, 위원의 2명 이상만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최대주주측의 의결권에도 3%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오너가 측근인사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특례감사위원회는 특례인 541조의11를 따르는데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측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이 3%를 초과할 수 없다. 또 특수관계인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부 상장기업의 감사위원회는 특례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지만 조항 해석에 따른 이견이 많아 특례 조항을 명확하게 개정하게 됐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도·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반감사위원회를 구성한 상장사의 최대주주 의결권이 크게 약화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총에서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에도 3%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이 최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의결권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감사위원회 구성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60~70%에 이를 경우 상법상 3% 의결권 제한 규정 때문에 감사위원 선임 의안에 대한 의결권 정족수를 못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법무부가 현재 의결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예탁결제원의 쉐도우보팅 제도 폐지를 논의하고 있어 최대주주와 이사진에게 감사위원 선임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쉐도우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로,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상장사들은 일반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가 다시 상근감사제로 돌아가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등장할 수 있다. 상법은 이사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구분하고 있다. 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기준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만 기타비상무이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특례감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후보 선임을 위해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상법 특례상 상장사의 감사위원회에서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이 될 수 있는 이사직은 기타비상무이사가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타비상무이사는 상근직이 아닐 뿐 이사회 활동을 할 수 있어 감사위원을 겸직할 경우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측의 입김이 작아지기 때문에 특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기업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3%룰 = 의결권이 있는 주식 3%를 초과보유하는 주주의 경우 초과분에 대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