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 북벽(Nordw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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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북벽(Nordwand)
아이거 북벽은 마터호른 산, 그랑드조라스 산의 북벽과 함께 알프스의 3대 북벽으로 불린다.
계곡 밑에서 1,800 m나 솟아 있으며, 오늘날에도 가장 어려운 등반코스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아이거보다 더 높은 산이 무수히 많으며, 또 아이거 북벽보다 더 긴 절벽 또한 수없이 많다. 
그러나 아이거 북벽보다 더 유명한 등반처는 이 세상에 없다.
흔히 "클라이머의 공동묘지"라고 불리는 아이거 북벽은 등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곳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클라이머의 목숨을 앗아간 후 1938년 7월, 죽음의 공동묘지 아이거 북벽은 독일-오스트리아 합동대에게 정상을 허락했다. 

 

 

시장 - "클라이머의 공동묘지"
지난 2년여 동안 최바닥에서 2000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저 파란만장한 사연이 깃든 절벽은 파란만장한 지난 시장의 궤적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와 전나무의 독야청청은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인 겨울에서야 제대로 보이는 법.
콩인지 팥인지 어느 것이 진정 푸른 것인지를 가늠 못하는 뇌동매매로 수많은 일개미들의 시체가 쌓여가는 곳이 시장이다.
아직도 줄줄 새는 바가지 계좌를 들고 노심초사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주식을 접어야 한다.
시장은 아무나에게나 정상을 내주지 않는 죽음의 아이거 북벽이기 때문이다.

 

"그저 웃으면서 저 아래 까마득한 절벽으로 장렬하게 몸을 던지고 싶었다"
뼈와 살이 찢기는 혹독한 히말라야 절벽에서 무의식적으로 피켈을 휘둘러야했던 고상돈의 회상이다.
당장 숨이 멎을듯한 참혹한 고통과 인내가 없었다면 히말라야를 끝내 무릎꿇리지 못했을 것이다.  
남이 쉽게 가지 않는 길을 기어이 찾아 끊임없이 오르는 클라이머.
살아 돌아올 확률보다 죽을 확률에 기꺼이 배팅한 저 무모한 불확실성에의 도전.
오직 도전하는 운명에 서본 자만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고 찬란한 해를 품는 것이며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전인 것이다.


투자도 그와 같은 것이다.
이 세상에 혹독한 댓가없이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투자의 으뜸은 위로든 아래든 통찰과 확신을 세웠으면, 그것을 소신을 다해 지키는 일이다.
지난 2년여의 지구촌 궤적은 아이거 북벽을 기록한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떤 자는 오르지 말아야 할 죽음의 당위성을, 그리고 어떤 자는 올라야 할 아름다운 신념을 읽을 것이다.
책장을 대충 넘겨 읽는 것과 공들여서 읽는 것의 차이, 그것이 일개미와 여왕개미의 차이인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그 누구든 결과적으로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Death Bivouac
Death Bivouac은 1936년 독일의 산악병 출신인 Tony Kruz와 Andy Hinterstoisser가 아이거 북벽 등반 중 비박을 한 장소이다.
깍아지른 절벽에 겨우 걸터앉을 만한 그 곳에서 영하 20~30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밤을 지새워야 하는데,
한줄기 로프에 매달려 생사가 엇갈리는 밤을 보내야하므로 흔히 죽음의 비박(Death Bivouac)으로 불린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현재 시장궤적의 위치를 정확히 알수는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한 지구촌 궤적은 올라야 할 정상과 올라야 할 당위성이 있다.
현단계 코스피는 글로벌 악재와 대북리스크의 이중고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모습으로 "Death Bivouac"을 청하고 있다.
무려 1년여를 게걸음하다가 마의 1700을 단숨에 뛰어 1900대로 점프했으니 베이스켐프 다지기는 지극히 당연한 것.
저 윗 그림에 현 위치까지 오는 동안 코스피가 머물렀던 수많은 "Death Bivouac"의 기록들이 상흔처럼 찍혀 있다. 

 

 

꼴두기도 장날은 있다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
첩첩의 악재로 탈진한 코스피의 Death Bivouac에 정신나간 정크페이퍼들이 도배되고 있다.
지구촌의 지난 궤적이 예외없이 증명하듯이 투자철학과 소신이 통째로 잘려나간 밑도 끝도 없는 정크페이퍼들.
무려 1000포인트나 꾸역꾸역 쳐 올라오는 동안, 시장의 사소한 호흡에 얼이빠져 단 며칠도 참지 못하고 단말마로 내질러 댄 
넋나간 정크페이퍼들이 얼마나 넘쳐났는지를 기억해라.

 

꼴두기도 장날은 있는 법.

대내외적으로 어지러운 현 상황에서, 이것저것 현상을 꿰맞춘 가벼운 페이퍼들은 오늘밤도 내일도 모레도,
아니 저 정상을 두드리는 영광의 그 순간까지 변함없이 도배될 것이다.

지금껏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이 곳을 찾았던 많은 이들을 혼란과 좌절로 몰고 간 것은 지구촌 경제도 미사일도 아니다.

고참 신참 가릴 것 없이, 저 Death Bivouac의 마디마디에서 고배를 마셨던 패잔병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2년 간 상심의 주말을 어디 한두번 겪었는가.

다음주 초면 세상이 곧 끝날 것 같은 주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기로 넘칠 것이다.

 

 

 

 

이번 고비에 잠시 얼굴을 내민 쟈끄리느는 또 숙면을 취하고자 한다.

누구 말대로 주식에 중독이 아닌 이상 장이 좋은데 매일같이 일기를 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혹, 작년 이맘때처럼 크리스마스에 양말을 걸어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유가 있길 바라면서.

총총..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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